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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일보 인터뷰] 취업난 속에서 피어나는 학점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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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용 성적표와 학점 포기제

  영화 ‘맨 인 블랙’에는 기억을 지우는 장치가 나온다. 주인공은 사람들에게서 외계인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 흥미롭게도, 대학가의 성적표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치가 존재한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이중 성적표 발급’과 ‘학점 포기제’를 활용하여 낮은 학점을 지워 ‘취업용 성적표’를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대학가에 만연한 학점 세탁의 모습을 담아 본다.



학점 세탁의 실태

  2013년 10월 진행됐던 국정감사 (이하 국감)에서 교육부는 ‘340개 대학(일반대 201개, 전문대 139개) 성적 증명서 이중 발급 현황’자료를 제출했다. 자료를 제출 대학 중 69개 대학이 이중성적표를 발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4개 학교는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아 이중성적표 발급 대학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대학원지원과 고영훈 서기관은 “조사 대학의 75% 정도가 성적증명서를 이중으로 처리하고 있었다.”며 교육부에서는 대교협, 전문대교협과 연합하여 국감이 끝나고 각 대학에 자율적 제도개선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에서는 작년 12월 24일 ▲대학들이 재수강 없이 F학점을 삭제하는 경우 ▲졸업사정시 F학점을 무단으로 삭제하는 경우 ▲학점 포기제를 실시하는 경우 등을 성적 이중처리 유형으로 보고 권고 조치를 내렸다. 또한 정부재정지원대학 평가지표에서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반영 비율을 10%에서 12.5%로 올려 학점세탁 변경 권고 조치를 대학특성화사업 지원과 연계지어 간접적인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교육부의 제재에 각 대학들은 대처 방안 마련에 나섰다. 건국대, 고려대, 국민대, 단국대, 숭실대, 한국외대 등은 ▲성적증명서에 재수강 과목 표기 ▲F학점을 삭제한 취업용 성적표 미발급 ▲학점포기제 폐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한 서울대(2015년 시행 예정),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서강대, 경북대(교양과목만 시행) 등은 학점 세탁을 방지하고 지나친 학점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재수강을 할 수 있는 학점과 재수강 시 받을 수 있는 학점에 제한을 두는 학점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희대, 한성대, 성공회대 등은 학점포기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학점포기제 유형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고영훈 서기관은 “권고 조치를 받았던 대학의 70% 정도가 개선된 걸로 파악을 하고 있고, 여전히 30%의 대학들은 학점세탁을 위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거나 교육부에서 원하는 방식의 폐지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정 조치 명령이나 행정 재제 등은 자율적 재도개선 상황을 조금 더 지켜 본 다음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업난 속에서 정당화냐, 윤리적 문제냐

  학점 세탁이 비도덕적인 문제인 것은 확실하지만, 학점세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한 온라인 취업사이트에서 대학생 672명을 대상으로 <학점포기제도로 학점세탁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71%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학점 포기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3.9%였고,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75%가 ‘학점포기가 취업준비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우리 학교 인문대 재학생 A 학우는 “학점 세탁이 성적을 조작한다는 나쁜 측면이 있으나, 취업이 어려운 요즘 상황에서 많은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학점 세탁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취업 문제가 아니더라도 수업을 듣다보면 여러 가지 변동 사항이 생기므로 학점에 관해 좀 더 여유롭게 개방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커리어컨설팅 전문회사 커리어플랫폼 이호영대표는 “학점 포기제를 금지하는 것에 대한 전제는 재수강하는 학생은 기존에 수강할 때 문제가 있었던 학생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는 함부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학생에 따라 수업이 재미가 없었을 수도 있고, 담당 교수의 강의력이 떨어져 재수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잘못을 학생들에게 전가시키는 제도를 고착화시키는 일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 학교 B학우는 “아무리 취업난이 심하더라도 성적표를 조작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학점 세탁으로 인해 학생들이 노력하지 않고 학점을 쉽게 높일 수 있으므로 학점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성적표를 공식 문제로 제출받는 기관에서도 학점 세탁을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POSTECH 대학원 업무팀의 경우 성적증명서 제출시 참고사항에 ‘대학에서 이수한 과정에 대한 결과는 조작없이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하고, 이중성적표를 발행하는 대학의 졸업생들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 성적표를 제출하기 바라며, 특별히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대학에서 발행한 성적증명서의 경우 더욱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학점 세탁을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교육의 현 주소

  취업용 성적표가 말하는 것이 단지 성적표의 진위 여부만은 아니다. 취업용 성적표는 우리나라 교육의 병폐를 드러내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황희란 연구원은 “교욱부가 무엇을 위해 학점 세탁 방지를 위한 지침을 내리고 상대평가를 도입하려 하는 건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될 수 밖에 없다.”며 “교육부 입장에서는 학점 인플레를 방지하기 위해 상대평가를 실시하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교육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교육 자체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절대평가적인 기준을 두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상대평가를 통한 줄 세우기식 평가를 하다 보니 과도한 경쟁에서 미세한 차이에 의해 줄을 세우고, 그것에 의해 앞선 사람에게 혜택들을 주는 몰아주기식 경쟁체제에 대한 산물을 낳을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이어 황희란 연구원은 “이런 과정 때문에 교육을 선별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의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교육을 잘 이수했느냐의 순수한 의미보다는 취업을 목적으로 학점포기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측면에는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뚜렷한 목표 없이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학점 세탁이 나오는 데 한 몫했다. 이호영 대표는 “전국 모든 수험생들의 목표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며, 진로 탐색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된 이후라도 진로탐색의 기회가 있어야 하지만 특정 단과대의 특정 학과에 소속이 된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라, 진로탐색의 폭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대학생이 돼도 여전히 기회는 부족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 수업 선택”이라며 수업 선택이 자신의 흥미와 관심을 따라 원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ㅇ낳다. 취업난 속에서 취업용 성적표를 만들려다 보니 0.01점이라도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는 학생들의 인식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무조건 높은 학점을 받기 쉬운 수업만을 찾는다. 그는 “취업용성적표, 학점 포기제, 취업난까지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학생들을 하나의 취업할 수 있는, 사회에서 일 할 수 있는 도구로밖에 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정작 학생들의 진로 문제는 완벽하게 빠져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 본인이 0.1점을 올리기 위해 만든 취업용 성적표가 취업 준비과정에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니라는 인식개선이 필요한데,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인식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학점 세탁의 문제는 단순히 비윤리적 문제로만 치부해 버릴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취업난과 잘못된 교육 제도 관행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학점 세탁 문제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학점 세탁이 만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데, 가만히 앉아 신성한 지식의 상아탑을 추구하는 것은 자칫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최유림 기자 hahayoorim@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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