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을 포기했다. 그래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때가 있었다. 고향에 있는 내 방 책장에는 여전히 민법이며 헌법이며 하는 책들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때는 그 공부가 참 좋았다. 그냥 뭐랄까... 벌써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우쭐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뭐라도 된 것 같은 그 기분은 실현되지 않았다. 손에 잡힐 것 같으면서 잡히지 않는 그 꿈을 쫓는 일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 공부를 손에서 놓는다는 건 그간에 투자한 내 모든 시간을 버리는 것 같고, 나라는 사람을 한 순간에 끝없는 나락으로 빠뜨리는 일 같아서 쉽사리 놓을 수 없었다.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지만, 놓아버릴 용기가 나지 않는다. 새로운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할 자신이 없다. 다시 바닥으로 내려갈 자신이 없다. 애써 쌓은 블록을 다시 무너뜨리는 기분이랄까...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과감함이다. 세상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몇 년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세상은 무너져 내리지 않았고, 지금도 제법 재밌는 삶을 살고 있다. 내가 놔버린 세상을 경험해보지 않아, 그 세상에서 얼마나 즐거웠을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즐거움과 큰 차이는 없었으니라 생각한다.


  그렇게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있다. 각자가 준비하는 시험과 목표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든 한결같이 미래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확실한 건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진다는 것이고, 붙는 사람보다 떨어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만큼 젊음을 투자해 노력한 사람의 수에 비해 선발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재도전을 할테고, 누군가는 좌절을 할테고, 누군가는 고민을 할 것이다.


  '나 이거 말고 다른 걸 할 수 있을까?, 그간의 시간이 아까워서 어쩌지?, 부모님한테 뭐라고 말하지?'


  하지만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으며, 여러분의 손에는 새로운 세상이 쥐어질 것이며, 지난 시간은 매몰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인내력과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것이며, 부모님은 여전히 여러분의 든든한 지지자일 것이다.


  비단 고시나 공무원시험에만 해당하진 않을 것이다. 가혹한 세상의 무게를 이겨내려 노력하지 않는 청춘이 어디 있으랴.


  과감하게 도전하듯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좀 더 행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