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에 쓸 수 없는 진짜 표현들

 인터넷에 보면 “자기소개서에 쓸 수 없는 10가지 표현”같은 정체불명의 자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글들을 읽다보면 자기소개서는 이전에 존재 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저작물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중에는 합리적인 부분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지만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왜 특정 표현을 쓰는 것이 좋고, 어떤 표현은 쓰면 안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보니 무비판적으로 해당 자료를 맹신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다보니 누가 읽어도 부자연스러운 글이 만들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써서는 안 되는 표현은 없다. 이는 자기소개서에 국한한 내용이 아니라, 일반적인 모든 글에 해당할 수 있다. 글이라는 건 ‘문맥’과 ‘상황(읽는 대상, 환경 등)’으로 판단해서 어떤 어휘가 적절(또는 부적절)한지 판단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비즈니스 문서에 부적절한 표현의 유형은 크게 여섯이다.

  • 비표준어 (신조어나 줄임말 같은 일상적으로 쓰는 비표준어이거나, 대체 가능한 사용빈도 높은 표준어가 있는 외래어)
  • 구어체 표현 (틀린 말은 아니나, 비격식 표현인 경우)
  • 단언적(확언적) 표현 (타협의 여지가 없이 독선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경우)
  • 너무 애매모호한 표현 (위와 반대로 너무 주관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경우)
  • 부정적인 표현 (완곡하게 표현할 수 있음에도 너무 직설적/부정적 내용인 경우)없어도 되는 표현 (빼더라도 의미전달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


 위의 표현들을 자기소개서에 썼다면 고쳐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강조를 위해, 인용문의 표현상 등의 이유로 사용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안 쓰는 편이 더 좋은 글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쓰는 것이 가독성 높은 글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자기소개서도 결국 글이기 때문에 문맥과 상황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지, 절대 써서는 안 되는 표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자기소개서에 “씨발!”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까? 당연히 안 된다. 하지만 ‘딴지일보’라면 어떨까? 김어준 총수(딴지일보 대표)가 팟캐스트 ‘나는꼼수다’에서 자주 쓰던 표현이 “쫄지마 씨발!”인 만큼 문맥상 충분히 쓸 수 있는 표현이지 않을까? 자기소개서 지원동기에 소제목으로 “쫄지마 씨발!”이라고 쓴 다음, “권력에 쫄지 않고 취재하겠습니다.”라고 글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에 떠도는 자기소개서에 절대 써서는 안 되는 것으로 자주 등장하는 표현에는 ‘제가’가 있다. 왜 쓰면 안 될까? 자기소개서이기 때문에 글의 화자가 ‘나’라는 사람으로 이미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가’라는 주어를 제외함으로써 문장길이를 줄일 수 있고, 짧아진 길이만큼 가독성 높은 글이 되기 때문이다. 글의 요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기법이다.


 그렇다면 ‘제가’라는 표현은 절대 써서는 안 되는 표현일까? 아니다. 오히려 ‘제가’라는 표현을 빼서 문맥이 이상해지거나 읽기 불편해진다면 쓰는 것이 맞다. 거듭 강조하지만 문맥과 상황으로 판단해야 한다. 무조건 빼야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하지만 이런 자료들을 맹신한 나머지 스스로 읽기에도 부자연스럽게 자기소개서를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믿었다가 문장이 하나도 연결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자기소개서를 들고 찾아오는 학생들도 여럿 존재한다. 자신의 교양수준을 믿자. 우리는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수준 높은 글을 접해왔다. 스스로 읽었을 때, ‘문맥’과 ‘호흡’이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이 상대방이 읽기에도 가장 좋은 문장이다.